하루하루 꿈만 같은 유럽여행 48일: 번외편) 영국 요리에 대한 감상일기

이 글은 영국 여행 6일째 날, 잉글리시 풀 브렉퍼스트를 먹고 분노에 차서 브라이튼으로 가는 기차 안에서 폰으로 쓰고 저녁때 맥도날드에서 신선한 채소를 먹으며 약간 다듬은 글이다.

 

 

영국 요리라는 게 세상에 존재한다면 피쉬 앤 칩스(1)와 로스트 비프(2)가 투톱일 것이며, 그리고 유럽 대륙식 아침식사를 말 그대로 눌러버린 잉글리시 브렠퍼스트(3)가 보스로 있을 것이다.

다행히도 피쉬 앤 칩스는 터키인 가게에서 먹어서 평범한 생선까스와 감자튀김의 맛이 났다. 세계 3대 요리를 자랑하는 터키분께서 객지..도 아니고 지옥에서 정말 고생하신다. ㅠㅠㅠㅠ

어제 먹은 미트파이랑 베이컨 끼운 빵, 치즈 끼운 빵은 영국놈사람들이 유일하게 할 줄 아는 간인 소금간이 매우 POWER하게 되어 있어서, 아니 농담 아니고 소금에 베이컨으로 간을 한 수준이어서 괴로웠는데 그 때 눈치챘어야 했다. 왜 고든 램지(4)의 프로그램 타이틀이 Hell's Kitchen인지를.

어찌됐든 풀 잉글리시 브렠퍼스트가 동네에서 6£ 가까이 하고 시간도 아직 이르길래, 또 어차피 오늘 날씨가 좋으니 브라이튼에 갈라고 큰 기차역인 빅토리아역 갈 거니까 주변에 싼 가게 있겠지 해서 빅토리아로 고고. 역 주변을 배회하니 금방 5£짜리 풀 브렠퍼스트가 나와서 꿈에 그리던 영국식 조식을 먹었다.

와 유럽놈들 이 야만인들 같으니라고 이게 그렇게 맛있어서 대륙식 아침이 밀렸다고? Poor tongues! 베이컨은 여전히 짜서 베이컨김치를 담가도 될 정도고 베이크드 빈즈(5)는 맛대가리도 없는게 양만 많아서 반을 남겼고 버섯은 그렇게 좋아하시는 소금간을 왜 안하셨는지 아무 맛도 없고 도대체 티는 왜 그렇게 괴팍하게 타는지 모르겠고 겨란후롸이가 제일 맛있다. 빵이랑. 배만 부르고 뇌가 아픈 걸 보니 이것은 필시 독이렸다.

전국의 며느리분들은 앞으로 시어머니가 "어멈아 국물이 짜다." 하시면 "어머 어머니 영국에선 그게 보통이에요.^^" 하면 될 것이다. 단 영국 요리를 아시는 분이라면 "이년이 이젠 살다살다 천한 놈들이나 먹는걸 멕이는구나!" 라며 밥상을 엎으실지도 모른다.

아직도 deep throught(6)께서 알음알음 주시는 소금기땜에 물만 계속 먹고있다. 이게 워터게이트여?(7) 맞긴 맞네 너무 짜서 물 엄청 먹게 되니까 중의적 의미가 절로 되는구만. 어째 영국놈들이 맨날 물병을 들고 살더라.

인터넷에서 영국 요리의 악명이 너무 자자해서 반은 뻥이겠지 했는데 100% 진실이었다. Traveler Certified 인증! 여러분 영국 가시면 꼭 외국음식점 가세요. 사실 영국 본토음식 파는 식당 잘 있지도 않지만. 앞으로 영국 본토의 깊은 맛! 이딴 광고 보면 담당자한테 소금을 먹일테다. "이게 뭐 하는 거요!?" "그게 영국의 맛입니다 이자식아."

너는 밥을 먹고 진심으로 마음 깊은 곳에서 화가 난 적이 있니? 난 오늘 인생 처음으로 밥을 먹으며 마구 화가 났어. 너무 화가 나서 브라이튼 가는 기차에서 계속 감상문을 쓰고 있단다. 학교 급식도 맛있게 먹는 내가 밥먹고 이렇게 화나기도 힘든데 말이야.

아침에 쓰레기를 먹으니 저녁엔 맥도날드에서 샐러드를 시켜먹게 된다. 엄마 보고싶어요.

 

 

주석:

(1) 피쉬 앤 칩스: 영국의 대표적인 서민음식으로 생선(주로 대구)튀김과 감자튀김을 함께 주는 것이다.

(2) 로스트 비프: 역시 대표적 음식으로 덩이소고기 소금구이다. 끝.

(3) 풀 잉글리시 브렉퍼스트: 차나 커피와 함께 빵과 계란, 베이컨, 베이크드 빈즈 등을 제공하는 영국식 조식이다.

(4) 고든 램지: 요리지옥 영국에서 탈출하기 위해 요리를 필사적으로 수련한 영국의 유명 요리사.

(5) 베이크드 빈즈: 서구권 애들이 맨날 먹는 거 보이는 콩요리다. 왜 그 불그스름하고 산처럼 쌓인 그거..

(6) deep throught: 워터게이트 때 FBI의 비밀 내부고발자를 부르는 호칭. 나중에 당시 FBI 부국장인가 암튼 높으신 분이라는 게 밝혀졌다.

(7) 워터게이트: 당시 대통령 닉슨의 불법 도청이 발각되어 결국 하야하게 된 사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