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과 낭만의 크루즈 신혼여행] 10. 선상 생활은 끝났지마는
마지막 날 아침이 밝았다! 사실 마지막 날에는 선상 여행이라고 할 게 없다. 항해일지를 보니 9시반까지 조별로 모여서 우르르 내려야 하거든. 내리는 날이 되어서 타던 날을 떠올려 보니 호텔이랑 똑같이 우리 체크아웃 시키고 방정리 얼른 한 다음 오후에 바로 출항하는 것 같더라 바쁜 스케줄이여 크루즈도 참..
아침에 깨자마자 두근두근하며 커튼을 걷어보니 바로 이색적인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건물들이 다 수평선에 붙어있고 이상하게 다 바다에 동동 떠있는것같은 기부니 든다.. 베네치아다!!
눈곱도 못 떼고 식당에서 밥을 먹는데 창밖으로 산 마르코 성당이 유유히 [흘러가는] 모습을 보는 기분.. 정말 크루즈선이 아니면 느껴볼 수 없는 기분이다🥺 베네치아는 석호로 이루어진 곳에 나무말뚝을 수만개씩 박아서 인공 땅을 만든 곳이라 큰 배가 지나가거나 작은 배라도 빠르게 지나가면서 파도를 일으키면 구조물에 피해를 줄 수 있어서 엄격한 항로 및 속도제한이 적용되어 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안 그래도 느린 우리 배도 빌빌대며 여유롭게 크루즈 전용 항구로 입항한다.
겨우 구한 무료 베네치아 지도를 보면(베네치아에서 발행하는 공식 지도는 무려 유료라는 소문이 있음 ㄷㄷ) 11시 방향에 기다란 다리가 있는데 이게 본토 메스트레 쪽으로 연결되는 유일한 차량/철도 다리이다. 나머지는 배 타고 다녀야함😗 그리고 지도 제일 왼쪽 9시방향을 보면 딱 봐도 인공적인 네모네모 시설이 보이는데 여기가 크루즈 터미널이다. 크루즈 터미널과 다리가 만나는 C3 부분이 산타 루치아 기차역이고, 여기까지가 베네치아에서 유일하게 차량이 진입할 수 있는 곳이다! 바로 위 사진의 산 마르코 성당은 지도 거의 가운데 G5 부분에 있다.
씻고 밥먹고 짐싸고 별도요금 결제도 (아마) 하고 공지 따라 움직이고 하다보니 정신이 없어서 사진도 한 장 없이 내림ㅋㅋ 배 탈 때야 각자 타니 별일 없는데 내릴 때는 그 많은 사람이 한번에 내리니까 어버버 하면서 앗 하는 사이에 땅을 밟고 있었다. 이렇게 정말 끝이라니 적응이 안 된다.. 오이오이 이제는 바닥이 흔들리지 않고 [가만히] 있는다구?
우리는 신혼여행 일정을 며칠 더 잡아서 크루즈가 끝난 후 베네치아 받고 이틀 더 머무르기로 했다. 신행 스냅촬영도 베네치아에서 예약해놨거든😍 크루즈만 7박 8일 + 베네치아 2박 + 이동일 2박 하면 12일간의 인생 여행이었다💕💕💕 언젠가 다시 갈 수 있을까 아쉬워한지가 이때부터 벌써 몇년인데 애기를 키우니까 이제는 이런 단둘의 장기 여행은 감히 꿈도 못 꾼다🤣 애들 좀 더 키우면 다같이 가볼까.. 너무 멀고 힘들지않나.. 모르겠다 이젠 되는대로 그때그때 놀자 ㅋ
아무튼 신혼여행은 끝나지 않았지만 크루즈 여행은 끝났으므로 여기서 잠깐 크루즈 여행을 짧게 마무리하고 베네치아 여행으로 넘어가도록 하겠음!
[🚢크루즈 선상여행 마무리🚢]
크루즈 준비부터 첫날, 마지막날까지의 선상생활을 되돌아보자... 하루하루의 일정은 👉각각의 포스트👈에 사진이랑 같이 우르르 쏟아냈고 준비에 대해서는 👉준비 포스트👈에서 잘 적어 놨으니 짧게 되돌아보자.
나는 크루즈 여행을 굉장히 얌전히 한 편에 속했다. 벌벌 떨기도 했고 배 안에서 뭣하러 돈 쓰냐도 싶었는데, 또 다른 사람들은 이런저런 프로그램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추가 식음료도 신나게 먹고 쇼핑도 많이 하더라. 정말 개인 상황에 따라서 원하는 만큼 돈 쓸 수 있음!
승선할 때 나누어준 선내 결제 카드로 내내 결제를 한 뒤 최종 지불은 객실 단위로 이루어지며, 우리는 380유로니까 대충 40만원 정도를 추가로 냈다. 이 중 객실 룸차지가 1/3을 차지했고, 마지막에 배에서 내리기 전 빨래 맡기구 싶어서 우르르 맡겼더니 또 한 20유로정도 들었다. 여기에서 또 기항지 버스비 40유로 정도, 기항지 투어 한번 한 것 88유로 들었으니 진짜 뭐 선상에서 먹고 마시고 사고 한 잡비는 95유로 정도밖에 안 됐음. 둘이 합쳐서 10만원 살짝 넘게 쓴 건데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너무 아꼈나 싶다🤣 하다못해 제주도를 가도 저녁마다 맥주한캔씩은 깐다 생각해보면 과소비는 안되겠지만 너무 벌벌 떨지는 말아보자.
크루즈선이 우리 나라에서는 코스가 한중일 정도로 제한적이지만, 크루즈의 양대 산맥인 지중해나 카리브해처럼 기항지가 많은 곳에서는 코스가 정말 많다. 북유럽 피오르드 투어도 있고 호주 해변 투어도 있고 알래스카도 있고 하와이도 있고 세계일주도 있고(진짜임) 지중해도 동/서/전체로 나뉘고 카리브해도 동/서/바하마 단거리로 나뉘는 등 코스도 많고 최근엔 디즈니에서 또 최신 크루즈선을 운영하면서 돈을 빨아먹고 있다고 한다😁
결론적으로 크루즈는 가성비도 나쁘지 않고 퀄리티도 괜찮은 여행 플랜 중 하나로 충분히 고려해 봄직하다. 다만 유일한 단점은 우리나라의 위치상 크루즈 투어를 하기 썩 좋지는 않은 곳이라 크루즈선이 출발하는 관광지를 향해 필연적으로 유럽이든 북미든 비행기를 타고 가야 한다는 것✈ 다만 이 점은 크루즈 여행 앞이나 뒤에 크루즈 출발지 여행을 이삼일 넣으면 해결된다. 크루즈 출발지의 기항지 투어를 하는 셈이니 오히려 좋아? 회사 입장에서도 휴가 8일 쓰나 10일 쓰나 어차피 장기휴가라 차이도 없다🤣🤣 이 글이 또 한명의 크루즈 호감러를 만들면서 선상일지는 여기서 마쳐 본다😘
당신도
크루즈를
탔으면
좋겠다
다시 마지막 기항지인 베네치아 자체투어로 돌아와서😆 이것이 무엇인고 하니 베네치아의 바포레토(수상버스)를 운영하는 Actv사의 공홈에서 받아온 베네치아 바포레토 노선도이다. 이 포스트 위쪽의 베네치아 지도랑 비교해보면 대충 감이 올 것이다. 우리는 베네치아에 잡아 둔 호텔에 가기 위해 크루즈 터미널에서 피플 무버라는 열차를 타고 가까운 바포레토 정류장으로 향했다. 바포레토는 1회권 또는 기간권(12시간, 24시간 등)으로 운영한다. 표를 어떻게 샀는지는 기억이 안 나는데 어렵지 않았던 것 같다. 인생 2번째 베네치아인데도 기억이 없는 걸 보면😏 첫번째 베네치아 여행기는 👉여기를 참조👈
지도를 확대해 보면 알겠지만 피플 무버는 크루즈 터미널을 가운데에 두고 북서쪽의 Tronchetto 섬과 동남쪽의 베네치아 본섬 로마광장까지 3군데를 이어주는 궤도교통이다. 물론 세 섬이 도로도 다 연결되어 있고 걸어서 못 갈 건 아니지만.. 짐도 끌고 있는 여행객이라면 타고 가길 권한다.
2번 바포레토가 온다! 2번은 약간 급행같은 배여서 다 안 서고 큰 정류장에만 서더라. 위의 바포레토 노선도를 잘 보면 역마다 통과하는 노선도 다 표시되어 있음. 사실 일반적으로는 피플무버 정류장 중 조금 더 가까운 로마광장 정류장으로 가겠으나, 우리 호텔쪽 바포레토는 로마광장 정류장에 안서는지 서는지 좀 자신없어서 Tronchetto에 가서 2번을 탄 것. 호텔 쪽에 가까운 정류장이 어디인지는 반드시 미리 확인하자.
산타 루치아 기차역 앞의 Ferrovia 정거장에서 완행 격인 1번 바포레토로 갈아타고 호텔 근처로 이동했다. 우리가 묵은 호텔은 Hotel La Forcola로 베네치아의 메인 관광지인 산 마르코 광장 쪽은 아니지만 산타 루치아 기차역과 리알토 다리 중간 정도에 있고 바포레토 정류장에서도 멀지 않은, 메인에서 살짝 외곽에 있는 3성 가성비 호텔이었다. 외관은 삭았지만 내부는 깨끗하다🤗 사실 베네치아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이라 조금 뜯어고치는 것도 다 유네스코 허락 받아야하느라 쉽지 않다는데 진짠가 싶다🤣
일단 짐 풀고 잠깐 쉬고 나서 배고프니 밥 먹으러 출동! 이젠 밥이 먹고싶어서 트립어드바이저에서 Orient Experience라는 동양음식점을 찾아가봤다. 호텔 근처고 평도 나쁘지 않았는데 맛도 좋았음! 극동아시아분들에게는 중앙아시아 요리로 느껴지만 아무튼 오리엔트는 맞으니까🤣 그때 이후로 10년 됐는데 찾아보니 아직 안 망했군 다행이야ㅋ
호텔에서 짐도 내려놓고 좀 쉬었으니 바로 베네치아 즐기러 나가본다! 운하의 도시에 있다는거 느낌 정말 대박이야... 너무 신기하고 이쁨
베네치아는 정말 운하 끼고 있는 어디든 다 너무 이쁨.. 누가 석호에 이런 도시를 만들 생각을 한걸까? 우리나라로 치면 경포호에다가 말뚝박고 그 위에 마을을 세운거잖아 물론 여긴 경포호 몇십배쯤 되는 크기이지만😆
짐 푼지 얼마나 됐다고 왜 이렇게 베네치아를 쑤시고 다니고 있냐면.. 스냅사진 촬영중이기 때문😎 피렌체에 거주하신다는 작가님이었는데 본인만의 포인트가 있으시다면서 하드하게 우리를 리드해주심... 우리 아직 피곤한데요 선생님😂
근데 와 진짜 이쁜곳 잘 데려가주심! 찍는 포인트마다 다 베네치아 현지촬영 쇼케이스 화보라 너무이쁘고😭 물론 우린 작가님이 빠르게 거기서보세요 포즈취해보세요 키스해보세요 해서 현지 즐길 새도 없이 화보공장됨🤣🤣
스냅 자랑 한 장 더 하고.. 베네치아는 운하의 도시이지만 골목골목 건물들 도로들이 다 너무 이쁨! 차가 못 다니고 오밀조밀한 대신 그 특유의 분위기가 말 못할 감정을 느끼게 해 준다.
아마도 베네치아에서 제일 유명한 곳이 바로 여기 산 마르코 광장일 것이다. 광장도 진짜 넓은데 종탑도 높고 분위기가 또 신기함!
똑같은 사진이어도 내가 찍은거랑 자까님이 찍은거랑 넘모다르다.. 산 마르코 광장 이후로도 몇군데 더 돌고 촬영을 마무리함. 분명 3시간? 정도였던거 같은데 우리 신행 일정 중에 이게 제일 힘들었음 그래도 정말 남는건 사진이다 다시 보니 사진만 봐도 너무행복함 베네치아 또가고싶다😍
저녁은 뭐 먹을까 하다가 점심은 아시안식을 먹었으니 저녁은 현지식으로 피자! 얼라입맛인 나는 개이득인걸루 ㅎㅎㅎ 여기도 맛집이라는 Antico Forno! 본토에서 파는 본토 음식이니 맛이 없을 수가 없다. 이렇게 할 줄 알면서 크루즈에선 왜 이상한거 하나씩 섞어서 줬니? 밥먹고 힘났으니 다시 또 베네치아 거리 기분을 이번엔 천천히 느끼러 나서본다.
가톨릭 국가의 본산답게 성당 진짜 많다. 거짓말 안하고 우리나라 편의점 수준으로 많음
베네치아는 골목이 비좁고 미로 그 자체이다 보니 주요 랜드마크 쪽으로 가는 길이 표시되어 있다. 길을 잃어버려도 이것만 따라다니면 어떻게든 사람 많은 곳에 갈 수 있다.
아니 나 혼자 베네치아 왔을 때는 겨울 비수기라고 공사하더니 이번엔 여름 성수긴데 왜 공사하는거야진짜~~~
로마 n대 젤라떼리아에 속하는 집 중 하나인 Grom 베네치아점에서 젤라또도 한 입. 본토의 맛은 진짜 다르다.. 아니 똑같은 젤라또인데 왜 달러?? 너무신기해... 참고로 나머지 젤라떼리아는 지올리띠Giolitti, 올드브릿지Old Bridge, 파씨Passi이고 올드브릿지 빼고는 다 한국에도 들어온걸 지나가다 본적이 있다. 난 운좋은 돼지답게 잘 몰랐지만 전부 다 현지에서 먹어봄 캬캬 인생업적 채움!
그리고 샌드위치도 속 엄청 실해.. 우리나라에서 먹던 샌드위치는 그냥 샌드위치-like 무엇이었다. 안에 들어가는 속재료(특히 햄류)랑 빵 종류도 다양해서 정말 고르는 재미가 있었음! 그래도 작년부턴가 잠봉뵈르 열풍이 불고 있어서 나름 행복하다 ㅎㅎ
날도 늦었고 간식도 먹었고 이제 지치고 힘들어서 바포레토를 타고 집으로 돌아간다.
크루즈선에선 내렸지만 스냅촬영도 하면서 첫날부터 바쁘게 움직인 우리. 내일부터는 다시 편하게 하루하루를 즐겨보자. 진짜 신혼여행이 하루+하루 남았어 이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