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생각해보니, 오늘내일 일정이 너무 구렸다. 일단 오늘 5시간 반 동안 순천에서 청주까지 간 다음 (그것도 중간에 신탄진에서 환승) 청주를 오후늦게부터 구경하고 자고 내일은 청주에서 또 5시간 반 동안 정동진을 가서 30분 구경하고 거기서 3시간 반동안 영주까지 내려와 잠을 자는 스케줄..
아무리 바다를 보고 싶어도, 바다는 30분도 못보고 그거 하나 때문에 이틀 동안 구경도 못 하고 15시간을 기차만 타야 한다는 게 너무 아까웠다.
그런데 마침 빨래거리가 쌓여가는게 슬슬 걱정이 되었었는데 (원래는 영주역가서 빨래를 하려 했었다.) 생각해보니 순천에서 신탄진 가는 열차는 서울까지도 가지 않는가? 그 순간 서울에서 정동진으로 내려가는 새벽열차가 떠올랐다.
만약 새벽열차를 타면 정동진가는 기차시간이 절약되고 시간도 아끼니 더 볼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그래서 바로 청주를 버리고 집으로 출발했따 ㅋㅋ 여수에서 용산가는 새마을호 1124호. 10:32~15:16 왜 동력차가 새마을호가 아닌지는 알 수 없다; 분명 객차엔 새마을이라고 써있는데...
내일러들은 새마을호의 경우 자유석을 이용할 수 있다. 5호차는 전체가 자유칸이라 '자유석' 표를 끊은 사람들이 40석을 갖고, 나머지 24석은 정기권이나 내일로 등 자유석과 동등 권리를 갖는 티켓이 있는 사람들이 언제든지 앉는 시스템인데.. 문제는 주말에는 자유석 운영이 없다는 것!
다시 영등포로 돌아와 집으로 와서 밥도 먹고 옷도 버리고 새 옷 집어넣고 빨래걱정이 없어지니까 너무 좋다 ㅋㅋ 아쉬웠던 안대와 돗자리도 챙기고 저녁먹고 다시 청량리로 출발했다!
정동진 일출열차가 인기가 좋긴 하지만 휴가철도 다 지나갔고 무엇보다 월요일 아침 일출을 보는 거니까 자리 좀 있겠지 했는데....
가서 보니까 남은 표가 없네? 그것도 모자라 사람들이 입석까지 끊는 상황 내 계획은 객차 맨 뒷좌석의 뒷부분, 맨 뒷좌석 사람이 의자를 뒤로 숙이기 위해 남아있는 공간을 얼른 차지해서 거기 돗자리깔고 누워 잘라는 거였다.
그런데 마음이 너무 급해서 1호차에 타버렸다 -_- 무궁화 1호차는 특실이라 입석은 못들어간다.... 쫓겨나보니 이미 다른 칸 공간들도 다 차지당하고 기차 사이 공간에도 드글드글..
열차카페도 이미 만원이라 오락기와 PC 사이 공간에 자리를 펴고 앉았다.
그런데 PC에 앉아있는 아저씨가 너무 싫었다. 신발벗고 양말벗고 계속 발을 조물조물 하시고 PC 책상위에 맥주랑 과자 까놓고 그 손으로 계속 먹고 삐딱히 앉아있고 사람들이 PC 쓰러 왔는데도 고장났다고 공갈치고 지맘대로 고장 써놓고 아 짜증나서 잠이 안왔다 ㅋㅋㅋ
다행히도 제천에서 오락기의자에 앉아있는 아저씨가 내리셔서 그 자리를 차지함. 필사적으로 자려 했지만 다들 엄청 떠들고 밝고 카페객차라 직원분이 노래도 빵빵 틀어서 잠이 안와! 어떻게든 눈은 계속 감고 있었다.
그리고 새벽 3시를 넘어가니...다들 전멸 ㅋㅋㅋㅋ 이거 본 친구가 설정샷이냐고 물어보더라 ㅋㅋㅋㅋ 직원분은 여전히 노래 빵빵 틀어놓고 계심
나도 그냥 잠 포기하고 있으니까 벽 앞에 앉아있다가 아까 내가 앉아있던 자리로 온 내일러 영씨가 말을 건다. 기차 탈 때부터 계속 눈이 마주쳤었는데 ㅋㅋ
서로 말 걸 타이밍을 계속 놓치다가 드디어 ㅋㅋ 혼자 여행다니는 걸 좋아해서 혼자 여행은 서너번 다녔고 내일로는 처음이라고 하더라. 그렇게 내일로 얘기를 하다보니 오락기 두 개 사이에 들어가서 자던 내일러 정씨도 참여했다 ㅋㅋ
다들 87년생에 수원과 관련이 있는 사람들이라 친해져서 같이 정동진을 정복하기로 했다.
그리고 마침내 정동진에 도착!강릉행 무궁화호 22:50~04:39 5시간의 여정
왔다! 정동진!
내리고 보니 주변도 아직 어둡고 역 앞 매점에 들어가서 다같이 컵라면과 김밥을 먹고 스탬프도 찍고 잠을 깨우고 있었다.
그러다 무의식적으로 창 밖을 돌아봤는데 벌써 창밖이 환한게 아닌가! 얼른 뛰어나갔다 ㅋㅋ
정동진역은 역 앞이 바다라 나가니까 바로 모래사장이라, 돗자리를 깔고 명당자리를 잡았다. 삼각대도 꺼내들고, 사진 찍을 준비!
맑고 깊고 깨끗한 동해바다
해뜨기 전 하늘이 그저 아름답다
구름마저 그림이 된다
지나가는 배 한척도
색의 조화가 뭐라 형용할 수가 없다
입이 다물어지지가 않는다
내가 지구에 살고 있는 게 다행이야
색을 어떻게 이렇게 버무려 놓을 수가 있을까
황금색으로 물든 하늘
햇빛이 구름에 반사되는 게, 이렇게까지 아름답다니
뭐라고 해야 될까... 서로 다른 색의 조화??
그리고 마침내, 해의 그림자가 보였다.
01234
<br /> 구름에 비친 해의 모습인 것 같은데, 신기하다<br /> <br /> <br /> 그리고 수평선 저편에서부터, 무언가가 보였다!<br /> 슬라이드쇼는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초점을 잡기 위해 피사체가 이리저리 움직였으니 유의.<br /> <br />
그리고 마침내 떠올라, 세상을 밝히고 있는 해.
정말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이제는 우리가 사진찍을 차례! ㅋㅋ
정씨와 나와 영씨
동해에 발도 담궈보고~
와 얘들 엄청 커플같이 나왔어 ㅋㅋ
난 고독한 남자니까..
셋이함께 찰칵
백사장 바로앞을 지나가는 기차 광화문의 정동쪽이라 정동진. 정말?
일출을 보고 나서, 정씨는 강릉 가보고싶다해서 강릉으로, 영씨는 정선으로 가고 나는 제천으로 가기로 해서 함께 상행 기차를 탔다. 이후 4일차 포스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