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2011년

110818 해방촌 및 남산 유람

Blue Dot. 2012. 4. 30.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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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작년 여름이다.

언제나의 여름처럼 날씨가 너무도 좋고, 하는 것이 없다 보면 

밖으로 홀연히 나가고픈 욕구가 초겨울 눈처럼 쌓이는 법이다.

 

쌓인 눈은 치워줘야 되듯이

카메라와 이어폰을 양손에 들고 집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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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찍은 사진을 지금 다시 살피어 보니 기억나는 것이 있다.

그 날, 처음에는 남산 쪽으로 갈 생각이 없었던 모양이다.

아마 목적으로 한 곳은 청계천이나 광화문 광장 쪽이 아닐까 싶다.

 

집앞에서 402번을 타고 한강을 건너 올라가면

한남동을 통과해 남산 위 도로를 지나 광화문까지 가게 된다.

그렇게 버스를 타고 죽죽 올라가다 문득 산 아래를 바라보았을 때

하얀 햇빛 아래 놓인 동네가 느낌이 좋아 

나도 모르게 벨을 눌러 버스를 멈췄다.

 

버스에서 내려 언덕 아래로 향하는 내리막길을 보면 시내의 풍광이 눈에 들어온다.

 

그리운 것 같은 냄새가 나는 곳이다.

 

멀찍이 바라보면 교회의 첨탑도 보인다.

 

이제 이 길을 좇아 내려가 보자. 동사무소 앞 편의점에서 시원한 커피를 한 잔 사들고 출발했다.

 

내려오기는 하였지만 내가 본디 알고 있던 곳도 아니어서 무작정 교회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교회 쪽으로 가 보다 슬쩍 옆을 내려다보면 또 골목.

 

교회는 그 크기가 참으로 컸다.

 

다시 산비탈 쪽을 바라보면 외국인 학교와 함께 들어오는 도시의 면면.

 

뒤를 돌아보면 파아란 하늘 아래로 탑이 곧게 솟아 있다.

 

문득 하늘을 바라보니 잠자리 한 마리가 날개를 쉬고 있다.

 

조금 도 확대해서 보면 날개가 또렷이 보인다.

 

어딘지 모르는 길을 향해 터벅터벅 발을 옮겨 본다.

빨간 지붕을 이고 있는 건물과 좁은 계단이 여행객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카메라를 쓸 줄도 모르지만은 기능을 조물조물 바꾸어 찍어 보니 조금 더 노오란 햇빛색을 머금는다.

 

어느 집의 화단에는 이쁘게 열매가 들어앉았다.

 

몹시도 급한 언덕이건만 사람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내려가며 다시 뒤를 돌아보면 올라갈 생각도 못 했을 길이다.

 

길가에 자그마한 카페도 있어 걷기에도, 지친 몸 쉬기에도 좋다.

 

더 내려가면 담장과 함께 표지판이 간을 얼어붙게 한다.

 

내려올 때는 금방이다. 어느새 길도 널찍널찍해졌다.

 

어딘가로 길을 나서는 무슬림 모녀의 모습이 아름답다.

 

큰길로 나와서 버스 정류장을 살펴보니 집 쪽으로 향하는 버스가 있기에 다시 몸을 실었다.

 

얼마 전 내린 큰 비로 한강의 물이 적갈색으로 변하였다.

 

요즘 한참 문제가 되었던 세빛둥둥섬.

 

이윽고 집 근처까지 버스를 타고 오는데 반가운 색의 차량이 보인다.

 

한화 이글스 선수단 버스.

올해 4월은 작년 4월보다도 힘든 한 달이 되고 있다.

작년 4월만큼 승수를 올리면 유니폼을 사려고 큰마음 먹었건만 1승이 모자른다..

 

사진의 기록을 살피니 무슨 연유였는지는 모르지만 집에 들렀다 저녁에 다시 남산을 향했었다.

날이 너무 덥기도 했거니와 저녁이라도 먹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남산 근처의 지하철역, 버스 정류장에서는 남산 순환버스가 뭇 연인들의 발이 되어준다.

사진의 버스는 전기로 구동하는 버스.

 

밤에 나서면서 삼각대를 잊었기에 남산타워의 모습을 담는 것조차 너무 힘이 든다.

 

나뭇잎 사이로 보이는 시가지는 별세계처럼만 느껴진다.

 

꿈 같기도 하고 생시 같기도 한.

 

옆으로 누여 보니 미사일이란 놈을 실제로 보면 이런 모양이지 싶다.

 

남산타워 옆 전망대에서 서울의 야경을 바라본다.

 

녹색 조명인지 녹색 바닥인지 모를 곳이 밤의 서울에서 인상적인 모습으로 남아 있다.

 

아마 이 쪽은 한남동 방면일 것이다.

 

이쪽은 한남동 쪽에서 조금 더 서쪽.

 

한강도 보이고 한강 너머의 마천루들도 보인다.

 

삼각대의 부재를 뼈저리게 느끼는 사진이다.

 

용도 불명의 녹색지대. 테니스장이라도 되겠지 싶다.

 

카메라라는 물건이 참 용한 것이 조금만 설정을 바꾸어도 그 느낌이 크게 달라진다.

노출을 적게 하면 빛을 먹지 않아 새침한 모습을 보여 주고

 

노출을 길게 하면 도시의 불빛을 한가득 머금고 노오란 빛이 곳곳에 감돌게 된다.

 

결국 중요한 것은 중용이리라.

 

이쪽은 어느 쪽일까. 어둠이 내리니 아무 것도 알 수가 없다.

 

어느 쪽의 도로. 보이는 것이라고는 자동차 불빛과 가로등뿐.

 

바로 앞의 통신탑 부지와 함께 있으니 묘한 기분이 든다.

 

유람도 마무리하고 다시 집으로 향하는데 학교 친구 꼬물이가 강남이라고 전화가 와서 

오랜만에 얼굴이나 보기로 하였다.

 

커피가 맛있더냐

 

그 와중에 또 어디선가의 전화를 받고 있다. 피부도 참 좋은 녀석이었는데 세월은 이기지 못한 듯 요즘은..

 

꼬물이를 보내고 나서 다시 집으로 올라오며 

오늘의 여정이 못내 아쉬워 카메라로 조금 더 장난질을 쳐 보았다.

 

주인은 떠났는데 빛은 아직 그 자리에 남아 있구나.

 

도시의 빛이란 이런 느낌일 것이다.

 

맞은편의 건물들은 삼성 사옥이다.

 

도시의 밤에는 도시만의 묘한 공기가 녹아 있다.

 

강남역의 출입구.

 

교보타워 앞에서.

 

지나가는 자동차들의 불빛이 격류와도 같다.

 

이렇게 또 한 번 잔뜩 쌓인 마음을 격류에 풀고 왔지만

날씨가 좋으니 또 훌쩍 풀어놓고 오고 싶어지는 요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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